도미와 그의 부인 아랑 그리고 개로왕(여경)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여경의 충복인 향실 그리고 아랑의 시녀인 비아 등이 주인공이다.

<1막>
몽유도원도 그림이 무대 면 막에 걸려있다. 서막이 끝나면서 무대는 서서히 검붉은 빛과 어둠의 꿈속으로 변해가고 어느새 전쟁터로 바뀐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느껴지는 가운데 싸우던 군사들이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여경이 군사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때 어디선 가 날아온 화살에 맞아 숨을 헉헉거리는 여경. 여경이 사경을 헤 메고 있을 때 신음하던 여경 앞에 아물아물 한 여인이 나타난다. 구름 위를 걷듯 천상의 여인처럼 보이는 그 여인은 여경을 안아 가슴에 품고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치료인 듯 애무인 듯, 어깨에 박혀있는 화살을 뽑고 독을 빨아낸다. 화살을 뽑아내는 손에서 빛이 나는 듯 하다. 여경은 어느새 그랬냐는 듯이 기운을 차리고 그녀에게 다가설 듯 품에 안기며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한없는 사랑을 나눈 뒤 남는 것은 이별. 그녀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조금씩 멀어져 가더니 그만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꿈은 깨었으나 꿈에 사로잡힌 여경.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한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여경은 자신의 권력으로 꿈에 본 그 여인을 손에 넣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여경의 충복인 향실은 전국 방방곳곳에 여인의 그림을 내려 보내 수색에 나선다. 장면이 바뀌면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여경은 드디어 꿈에서 본 그 여인을 찾는다. 이름은 아랑. 여경은 이 환상적인 장면에 또다시 꿈처럼 빠져든다. 하지만 여경은 이 축제가 꿈 속의 그녀와 마을의 청년 지도자 도미와의 약혼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격렬히 분노한다. 이때 한가지 계략을 내 놓는 향실. 무대는 바둑판이다. 도미와 여경이 바둑을 두고 있다. 이미 한차례 판이 끝났다. 첫판은 이미 여경이 졌다. 이때 여경이 제안한다. 다시 한판을 두 되 만일 내가 이기면 도미의 마을에 자치권을 인정해주거니와 만일 지게 되면 아랑을 갖겠다고. 그리고는 자신의 실력을 숨겼던 여경에게 하염없이 무너지고 만다. 여경이 이긴 것이다. 하지만 도미는 그녀가 절대로 다른 남자와는 몸을 섞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마을에 도착한 향실은 아랑에게 몸단장을 하고 수청을 들라며 사라진다.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아랑을 보고 아랑의 시녀 비아는 아랑 대신 여경과 첫날밤을 지낼 것을 결심한다. 비아는 아랑과 같은 모습으로 수청을 들게 되고 비통히 우는 도미와 아랑의 모습들이 교차되는 가운데 수청에 응하는 아랑의 모습이 보인다. 뒤이어 여경의 통쾌한 웃음소리 들리고 어느새 향실은 향낭(향수의 일종으로 여인의 몸에 품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의 일종이다) 주머니를 들고 와 도미 앞에 던져 놓는다. 그리고 도미는 이내 큰 웃음을 짓는다. 그 향낭은 아랑의 것이 아니라며... 천하를 찌를 듯 노한 여경. 여경은 미궁에 빠지고 있다. 결국 망사 막 뒤에서 비녀로 비참하게 비아를 찌르는 여경. 여경은 비아를 죽이고 아랑을 불러다 놓고서 도미를 죽이겠다고 호령한다. 수청을 들 테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하자. 분이 안 풀린 여경은 도미의 눈을 멀게 한 후 조각배에 띄어 강가에 떠나 보내라고 명한다. 아랑은 월경을 빌미로 며칠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되고 장님이 된 도미는 조각배에 실려 떠나 보내진다.

<2막>
아랑은 강가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은 도미의 믿지 못할 장례식을 치른다. 도미가 타고 떠내려갔다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슬픔에 잠겨있을 때 어디로부턴 가 흘러 오는 조각배가 아랑 앞에 머문다. 아랑을 감시하던 향실은 접근할 수 없는 위험 속에서 이미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생각에 차마 그녀를 잡지 못하고 놓아줘 버린다. 아랑은 배에 올라타고 향실은 떠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흐르는 배에 떠밀려 아랑이 도착하는 섬. 천성도에서 그녀는 한 무리의 초라한 거지 떼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강가에 비추어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얼굴 때문에 비아와 도미가 모두 죽게 됨을 흐느끼며 갈대로 자신의 얼굴에 생채기를 내면서 통한의 아리아를 부른다. 한편 왕궁에서는 여경이 여인들과 뒹굴며 황음을 즐기고 있다. 모두들 왕의 행실을 개탄하며 시름에 빠져있고 이 때 왕의 충복 향실은 여경에게 부디 나라를 돌볼 것을 간절히 권고하지만 아랑을 떠나 보냈다는 얘기를 듣자 향실 마저 단칼에 목을 베어버리고 스스로 군사들을 이끌고 아랑을 찾아 떠난다.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가녀린 피리소리. 망가진 얼굴을 가리고 누더기 옷을 입고 쓰러져있던 아랑은 도미를 찾아 만나게 된다. 도미의 보이지 않는 눈과 아랑의 망가진 얼굴을 서로 쓰다듬으며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지만 어느새 천성도에 도착한 여경은 도미와 아랑을 찾아내고 만다. 아랑은 도미를 죽이려 하는 여경 앞에 엎드려 자신이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고하고 이제 더 이상 이승에서 우리를 찾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베일을 벗는다. 갈대에 긁혀 엉망이 된 얼굴이 예전의 아랑이 아님을 발견하는 여경. 순간 한 낮 꿈으로부터 비롯된 헛된 욕망의 도가니에서 깨어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어느새 적군들이 쳐들어와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알린다. 무대는 처음의 전쟁터 장면으로 돌아간다. 여경이 고군분투하며 싸우고 있지만 꿈의 여인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사 기나긴 꿈에서 깨어난 여경은 자결을 택한다. 꿈인 듯 생시인 듯, 멀리 떠나가는 배에서 피리 불며 노래하는 도미와 아랑은 타오르는 낙조 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